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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씨네리와인드]

소녀소녀해 2019. 12. 8. 13:45

* 본 글은 씨네리와인드에 게재된 기사의 일부입니다.





11월 27일 (수)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파수꾼> GV가 열렸다. 이날 GV에서 모더레이터 이은선 기자와 윤성현 감독이 참석하였다. 이은선 기자의 깊이 있는 질문과 윤성현 감독의 진지한 대담은 관객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들이 관객들과 오갔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은 인물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추억을 되새기는 빛바랜 색감과 핸드헬드 기법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학교, 기찻길이라는 배경으로 인해 청춘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외로움, 죄책감, 고통 등 인물들의 어두운 내면을 묘사해 우울한 정서를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육안으로 보듯 인물들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이은선_ 예술은 본인의 상황과 결부시켰을 때 의미가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내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 그 점에서 감독도 영화를 만들 때 동기가 있고 묻어나 있을 수밖에 없다. 파수꾼에는 결핍, 어긋난 소통 ,외로움, 죄책감의 감정들이 내제되어 있다. 당시 그런 감정을 떠올리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윤성현_ 계기가 명확하지는 않다. 이것 때문에 만들었다고 설명되기 어렵다. 감정은 수많은 파편적인 기억으로부터 나온 것이지 않나. 그리고 이 영화가 자전적이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나랑 관계된 사람들 중 자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외로움, 죄의식 같은 파편적인 감정들을 모아 모아 만든 영화이다. 구체적인 사건, 계기 없이 ‘내가 보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영화이다.



이은선_ 이 영화를 성장영화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데, 개인적으로 성장영화 범주에 넣기가 망설여진다. 성장의 과정이라기 보단 고통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성장영화로 분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윤성현_ 성장이라는 건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성장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어른이라는 개념도 쉽게 정리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러한 점들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고 만들었다. 긍정의 성장이 아닐뿐더러 고통과 죄의식을 짊어진 모습을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성장의 영역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인물이 어른이 되어가는 기존의 성장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 영화로 보기에는 살짝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사 게재일 : 2019년 12월 02일

글 씨네리와인드 유수미

사진 유수미


http://cine-rewind.com/1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