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게재된 글의 일부입니다.
영화 <애프터썬>의 포스터는 새것 같지 않다.
진한 구김 두 줄이 포스터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교차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 구김은 창고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던 여행 가방의 앞주머니에서 발견한, 언제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여행 책자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선명한 구김이다.
<애프터썬>은 흥미진진한 스토리보다는 뛰어난 연출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작품이다. 캠코더나 텔레비전 화면, 거울 등을 사용한 화면 구성이 특히 눈에 띈다. 가장 흥미로운 연출은 소피가 아빠의 열한 번째 생일에 관해 물어보는 장면에서 보였다.
열한 살 소녀 소피는 서른한 번째 생일을 앞둔 아빠에게 캠코더를 들이밀며 아빠의 열한 살이 어땠는지 인터뷰하듯 묻는다. 영화의 시선은 부녀에게로 곧장 향하는 대신, 캠코더와 연결된 텔레비전을 통해 그들을 지켜본다. 관객은 캠코더의 렌즈와 텔레비전 화면으로 소피가 보는 아빠의 모습을 훔쳐본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3335
게재 / 2023.02.10 19:10
작성 / 아트인사이트 김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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